인생의 해상도
현재 무엇이 인생의 해상도를 높게 만드는지 생각해보면 여행, 산책, 팟캐스트 듣기 정도가 있다. 이게 왜 좋은지 고민해보니 '그냥 좋아서'라는 것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 그냥 좋아서에서 더나아가 해상도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이러한 좋음을 어떻게 발견하고, 느끼고, 만들지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발견하기 위해서는 센서와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우선 평범함 속에서 의미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센서를 잘 작동시켜야 한다. 새로움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디테일이 존재한다. '그 안에 우주가 있어'라는 표현처럼 깊이 있게 하나씩 파고 들면서 디테일의 차이(예시로 소고기 등급, 숙성, 굽기, 소금에 따른 맛의 디테일)을 깨닫는 게 센서의 힘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만들 수 없는 것들이 있듯이, 센서로 무언가를 사랑하고 매혹되며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 하나 더 중요한 건 센서에 미리 필터를 씌우지 않는 것이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거르기보다는 그 안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하며 바라봐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이 모든 게 아니다라는 겸손함과 함께 말이다. 이렇게 센서를 통해 잘 찾아냈다면, 관점은 잘 골라내는 작업이라고 한다. 나만의 기준점을 바탕으로 스스로 한 생각이 쌓이면 이것이 관점이 된다. 나에게 맞는지, 나는 무엇이 중요한지,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건 무엇인지 시간을 들여 관점을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
발견을 했다면 이제는 그걸 더욱 깊이 음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음미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의 본질은 '겹'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관심있는 것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한 겹의 렌즈가 생기고, 그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겹을 쌓아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내용이 제일 어려웠지만 돌이켜보면 역사를 조금 알게 되면 그 나라의 유적이나 유물들이 또다른 개념으로 와닿는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도 있겠다 싶었다. 또한 더 잘 음미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하나씩 분리해보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떠올려보면서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쪼개어 흡수해보라지만 이건 정말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저자는 생각이 날 때마다 메모를 권장하는데 습관화를 해봐야겠다.
이 다음은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내고, 매일 루틴하게 나에게 쌓인 것을 꺼내 보며 창조하는 나를 만들어 보라는 내용인데 사실 앞의 두 파트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 앉으면 바로 놀라운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는 것과 같이 인풋의 과정을 책 속 내용처럼 다듬는 것만으로도 내 해상도는 올라갈 것만 같다.
'나의 관점이 편견의 다른 이름이 되지 않는 것' 을 생각하라는 작가의 말처럼 꾸준히 해상도를 높여가면서 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어떤 분야의 해상도가 올라가면 좋을까 잠깐 생각해봤는데 아직은 여행에 있는 것 같다)